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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

K-드라마에서 ‘진리의 조각’ 찾기
by 서나영2023-03-04

우리의 삶에 더 깊숙이 자리할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의 임무는 진리를 따르는 순례자로서 진리의 조각을 모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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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 운동 2.0 위하여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SIEW)과 함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오직 성경”에 익숙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언어 기반의 “말씀” 외에 다른 장르가 전달하는 진리에 어색하다. 그런데 사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수많은 진실은 문자 외에 이미지, 기호, 스토리에도 표현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성의 존재인 동시에 이미지를 인식하는 존재이며, 심지어 이미지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속의 이미지를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것은 절대로 철학적 아이디어나 명제에 가둘 수 없지 않겠는가? 진정한 기독교 세계관은 보이는 교회의 벽 안에 가둬져 있는 진리만 사유할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진리의 조각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라는 3년가량의 긴 팬데믹을 겪으며, 이른바 “K-드라마”가 우울감에 빠진 전 세계인을 위로해주었다. OTT 서비스와 플랫폼의 경제적 구조는 점점 더 많은 K-드라마에 투자하게 했고,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간은 K-드라마가 더 확장되고 발전되어 K-컬처의 선두 주자로 달릴 것이라고 말한다. 연속된 디지털 이미지와 스토리가 음악과 사운드가 만난 ‘영상’이라는 장르는 그 자체로도 영향력 있는 종합예술의 반열에 오르는데, 드라마는 거기에 장시간의 스토리가 주는 언어의 힘까지 장착했다. 


흥행과 작품성을 검증받은 드라마 작가들의 특징은 그들만의 확실한 주제를 잘 살린다는 데 있다. 작가는 자신이 믿고 있는 진실을 주제로 선택해서 가치의 개념을 주제에 맞게 배열한다. 그리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구체적인 관점을 제시하여 그 관점으로 세상을 보도록 설득한다. 한마디로, 눈과 귀와 사고와 감정을 장시간 몰입하게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의지의 영역에 영향을 줄 만큼 재미있는 것이 K-드라마다.


이렇게 일반적 진실을 궁극적인 진리라고 이끌게 하는 생각의 통로, 그 통로의 전제를 우리는 “세계관”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현실을 바라볼 때 만드는 기본 신념이나 전제라는 뜻이다. 영국의 신학자이자 문학자인 C. S. 루이스는 “이 세계관과 저 세계관 사이에서 판단하려면 두 세계관 모두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도 모르는 채, 혹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모든 대중이 동일한 작품을 공유한다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 기독교 세계관이 아닌 다른 대안의 세계관들이 펼치는 현실을, 즉 그들이 믿고 있는 진실을 이해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 않겠는가? 


드라마 작가들은 저마다 자기 작품 안에 다양한 세계관을 녹여 넣는다. 이 첫 번째 단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 세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판타지의 주제라도, 인간은 그들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면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는 진실들로 소재로 쓰기 마련이다. 두 번째 단계는 그 모습 속에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구성하는 도덕이라는 기준점을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마치 경험하는 것 같은 지식을 제공함으로 시청자들이 정말로 인간의 삶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느끼게 한다. 


예를 들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K-드라마 ‘도깨비’는 판타지 장르로, 인간의 영혼과 환생, 신이 내리는 죄와 벌, 그리고 신의 세계의 선과 악과 질서에 대해 그렸다. 김은숙 작가가 이 드라마에서 전제한 주된 세계관은 불교에서 말하는 환생과 부활, 곧 윤회사상이다. 그 전제는 영의 존재에 대한 확신으로, 선한 행실과 악한 행실의 기준으로 내세의 삶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불교의 세계관 안에서 인간의 삶에서 선하게 사는 것과 용서와 사랑, 죽음과 생명의 의미에 중요한 가치를 둔다. 작가는 재치 있는 대사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죽음’이라는 주제로 수많은 사람에게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던졌다. 이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력과 섬세한 촬영 기술로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드라마가 가진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엿보게 하는 것에 성공했다. 


같은 작가의 또 다른 흥행한 K-드라마 ‘더 글로리’는 바로 그 타이틀(“영광”)이 돋보인다. 작가는 학교폭력을 당한 여주인공이, 육체에 폭력이 가해지면서 보이지 않는 “영혼의 무언가가 손상되었음”을 말했다. 그것이 인간의 “영광”이며, 일종의 복수를 통해 이 “영광”을 회복하여 더 나은 삶이 아닌 인간의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작품을 그려냈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사실적 감정을 파헤치고, 인간의 “영광”이라고 표현되는 그 개념을 얻기까지 수많은 피해자의 글들을 읽으며 분석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 드라마는 피해자들이 말하는 인간에 관한 진실을 보여주고 성공적으로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며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다른 K-드라마들에서도 세계관은 다르나 공통적인 주제가 있다. 곧 인생의 의미를 깊이 파헤친다: “인생에서 가장 높고 핵심적인 가치가 무엇인가?” “인생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어떤 요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만드는가?” “사람에게 있어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의 기준은 무엇인가?” 또한 인간을 중심으로 “사회적 유대의 가치” “인간에게 있어 자연의 가치” “신의 존재와 인간과의 관계성” 등을 파고든다.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이 어떤 현실 속에 살며, 어떤 것을 가장 높은 가치로 여기는지, 그래서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를 그리며 세계관의 문제를 강하게 드러낸다. 


드라마에서 만나는 다양한 세계관에 대한 지식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가치 있는 지식이 될 수 있다. 역사적 관점과 우리의 문명과 문화, 각 세대와 자신의 세계관을 돌아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관점과 지식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세계관에서 가장 높은 가치는 무엇인가? 하나님이다. 삼위 하나님은 궁극적인 실재이시며 창조주이시자 존재하는 모든 것 위의 주관자다. 그리고 그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영적이며 동시에 육적인 존재인 사람, 다음에는 더 넓혀서 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정과 교회와 국가라는 사회, 그리고 창조하신 자연과 보이지는 않으나 중요한 가치인 사랑, 도덕, 아름다움, 질서, 감정, 이성, 믿음, 희생 등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즉 기독교 세계관은 하나님이 모든 경험의 기준점이자, 삶의 모든 측면에 의미와 정체성을 부여하시는 분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방향을 점검하고 강화하는 수단으로 K드라마를 대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의 삶에 더 깊숙이 자리할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의 임무는 진리를 따르는 순례자로서 진리의 조각을 모으는 것이다. ‘도깨비’나 ‘더 글로리’에서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혼의 존재를 바로 일깨우고, 환생이 아닌 주님과 영원한 생명의 삶이라는 진리로 인도하자. 사람의 영광이 아닌 주님의 영광을 보게 하자.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전파할 세상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경험적 지식을 얻어가며, 성도로서의 구별된 삶의 질서를 정할 수 있는 가치들에 대한 지식의 조각을 가져오자. 세상 사람들이 믿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그것들을 어떻게 기독교의 진리로 끌어올 수 있는지 깊이 상고하자. 칼뱅이 디도서 주석에서 말했듯, “모든 진리는 하나님에게서 온다. 따라서 악인이 참되고 의로운 말을 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하나님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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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서나영

서나영 박사는 미국 남침례신학교(SBTS)에서 교회음악(MM)과 신학(M.Div.equi.)을 공부하고, 기독교예술학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총신대학교 객원교수, 미국 스펄전 대학교 초빙교수로 있으며,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에서 문화예술파트 전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